팀 버튼 “내 영화를 있게 한 그림과 사진들 …그 뿌리는 어린 시절의 감성”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가위손> <배트맨>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의 영화에서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해 온 팀 버튼 감독(54·사진)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팀 버튼 감독은 어린 시절의 감성을 상상력의 원천으로 꼽았다.
“어렸을 때의 시각으로 사물을 보려고 노력합니다. 아이일 때는 모든 것이 새롭기 때문에 사물을 볼 때도 강한 흥미를 느끼죠. 그 덕분에 어른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접합니다. 이런 감각이 나이가 들면서 책임감이나 기술의 발달, 끊임없이 울려대는 전화벨 때문에 점점 훼손되죠. 그래서 저는 어렸을 때 느꼈던 감정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이번 내한은 영화가 아니라 미술 전시회 때문에 이뤄졌다. 그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팀 버튼전’을 통해 어린 시절 그렸던 습작부터 회화, 데생, 사진, 영화제작을 위해 만든 캐릭터 모형 등 총 860여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2009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처음 열린 그의 전시회는 80여만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파블로 피카소전’(1980), ‘앙리 마티스전’(1992)에 이어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세 번째로 많은 관람객을 동원한 전시로 기록됐다. 전시는 내년 4월14일까지 이어진다.
“인생을 살다보면 놀라운 일을 겪게 되는데 내가 겪었던 일 중에 가장 놀라운 일은 바로 전시입니다. 가족이나 친구들도 나처럼 많이 놀랐죠. 특히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전시했다는 걸 믿지 못합니다. 전시 자체를 놀라운 초현실적인 상태라고 하기도 해요.”
팀 버튼은 “나는 정리정돈을 잘하는 타입이 아니다”라며 “큐레이터들이 스튜디오의 서랍과 박스를 뒤지면서 마치 고고학자들처럼 작품을 찾아냈다. 이들이 작품을 찾고 구조를 만들어 숨결을 넣어줬다”고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모든 작품이 신체의 일부분 같다”는 그는 “영화든 작품이든 대중에게 공개될 때는 자신이 노출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전시는 제 일부, 일부가 한꺼번에 보여지기 때문에 영화보다 더 많이 노출된 느낌입니다. 영화 때보다 더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느낍니다.”
그는 컴퓨터그래픽이 발달한 요즘에도 직접 소품을 만들어 영화에 활용한다. 이에 대해 “컴퓨터 기술이 각광받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핸드 메이드’의 맛이 있다. 손으로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었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다. 생명력이 없는 것에 얼마나 숨결이 불어넣어졌는지 봐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팀 버튼 감독은 숨겨둔 창작을 일깨우는 데 전시가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내면의 감성을 깨워주는 역할로 전시를 봐주었으면 합니다. 작품 전시를 통해 내면의 창의력을 일깨워줬으면 해요. 여러분의 상상력이 더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